우승 '그린 재킷'…오거스타 회원들이 입는 유니폼

입력 2020-11-10 17:31   수정 2021-02-08 00:03

그린 재킷은 ‘명인 열전’ 마스터스토너먼트를 넘어 골프 그 자체를 뜻하는 상징이다. 160년 전통의 디오픈 우승컵 ‘크라레 저그’는 몰라도 86회를 맞는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을 모르는 골퍼는 많지 않다. 세계 각국에서 열린 수많은 대회에서 ‘짝퉁’을 사용할 만큼 이 재킷의 영향력은 크다.

그린 재킷은 원래 오거스타GC의 회원들이 입는 유니폼이다. 회원들이 이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1937년. 1934년 열리기 시작한 마스터스를 구경하기 위해 클럽에 갤러리 등이 몰리자, 궁금한 게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을 금세 찾을 수 있도록 회원에게 녹색 상의를 입힌 게 탄생 배경이다.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준 건 1949년 샘 스니드 우승 때부터다. 오거스타는 이때 앞서 우승한 9명에게도 그린 재킷을 줬다. ‘오리지널 텐’으로 불리는 이 재킷은 본인들이 소장했고, 이 가운데 초대 대회 우승자인 허튼 스미스의 재킷은 2013년 경매시장에 나와 골프용품 가운데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인 7억7371만원에 팔렸다. 한 벌을 제작하는 데 한 달가량 걸리는 그린 재킷 제조 원가는 250달러(약 27만원)로 추정된다.

스니드 이후 마스터스 우승자가 재킷을 걸칠 때 전년 우승자가 입혀주는 게 관행이 됐다. 2년 연속 우승자는 오거스타 회장이 입혀준다.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1966년 사상 최초로 마스터스 2연패를 달성하고 스스로 재킷을 걸치자, 오거스타에서 규정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니클라우스는 마스터스에서 여섯 번이나 우승했지만 그린 재킷은 한 벌뿐이다. 한 번 받으면 다시 우승해도 앞서 맞춘 걸 그대로 입혀준다. 다섯 번 우승한 타이거 우즈(사진)나 세 번 우승한 필 미컬슨 역시 그린 재킷은 한 벌밖에 없다.

시상식 때 입는 그린 재킷은 우승자와 체격이 비슷한 회원의 재킷이다. 일단 시상식 때 빌려 입고 나중에 치수를 재서 따로 제작해준다. 재킷은 1967년부터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해밀턴 양복점에서 만든다. 처음에는 뉴욕의 ‘브룩스 브러더스’에서 제작했지만, 원단이 두꺼워 덥다는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양복점이 교체됐다.

오거스타의 신비주의는 그린 재킷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원이라도 그린 재킷을 골프장 밖으로 가져갈 수 없다.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마스터스 우승자뿐. 하지만 우승자도 1년 뒤에는 반납해야 한다. 그린 재킷을 상업적인 용도로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2003년 챔피언인 마이크 위어는 그린 재킷을 입고 광고 촬영을 했다가 뒤늦게 사과하기도 했다.

재킷을 반납하지 않는 우승자가 있긴 하다. 올해 마스터스 시타자로 나서는 게리 플레이어가 주인공. 1961년 우승한 뒤 자신의 고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재킷을 가져간 후 반납하지 않았다. 위원회가 반납을 몇 년간 요구했지만 플레이어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오거스타 측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개인 박물관에 보관하는 조건으로 재킷의 소유를 허락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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